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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탐험대/국내여행

[전라북도-모악산] 2020년 첫 등산, 모악산 정상 찍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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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등산 후유증으로 아직도 다리가 아픈 저질체력 둘째딸입니다.

저는 이번 설 본가(전주)에서 일주일동안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무주 여행 다음날 엄마, 언니와 함께 모악산을 다녀왔어요. 2019년부터 가자고 이야기만 10번은 더 했는데, 늘 제가 늦잠을 자버리는 바람에 못 갔어요. 하하하

이번에도 역시 계획은 아침 7시30분에 집에서 출발하기로 했는데, 눈 떠보니 9시? 실화? 일어나서 엄마에게 왜 안 깨웠냐고 물어봤더니, 어제 여행 다녀와서 피곤 할까봐 안 깨우셨다고 했어요. 엉엉 불효자에요. 지금 가도 늦지 않았다는 엄마 말씀에 부랴부랴 챙겨서 모악산으로 출발했습니다.

970번 버스를 타고 30분정도 가니 모악산 입구 정류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참 해맑고 신이나! 신이나! 엣헴! 엣헴! 신이나!

 

 

모악산 등반 코스를 가기 전 이렇게 상가들이 쭉 있는데, 상가를 지나서 쭉 걸어가면 모악산 입구가 나옵니다.

소나무와 어우러진 모악산 비석이 정말 멋있었다. 멋진 비석 앞에서 인증사진 찍고, 드디어 등산 시작! 시간은 오전 10시 40분이었다. 정상까지 얼마나 걸릴까?

2016년 친구와 제주도 여행 때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한라산 등반을 했었다. 한라산 정상도 올랐는데, 모악산쯤이야 껌이겠지 라는 아주 건방진 생각이 문제였다. 그때는 젊었지..

정말 인간은 건방지면 큰 코 다친다는걸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한라산 정상을 찍은 제 모습만 생각했지 저질 중에 저질체력이라는 제 몸둥아리는 생각을 안 한 사람 여기 있습니다.

 


역시 산 공기가 너무 좋았다. 정상 오르기도 전에 숨 쉬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라서 집에 가도 될 거 같았다. 
시작은 평지 길이라서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선녀다리, 사랑바위 다리를 건너가다 보면 모악산 정상으로 가는 표지판 있어 앞으로 도착까지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2.5 km 쯤이야 라고 무시했던 둘째딸은 반성해라.

 

등반 안내도를 보고 우리는 대원사-수왕사-정상코스로 가기로 했다.

언니, 엄마, 나 순으로 점차.. 나는 뒤처지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느리니까 엄마가 앞을 자꾸 보면 더 힘들다고 땅만 보고 걸어오라고 했다. 정말 엄마는 혹을 달고 온 기분이었겠다.

그렇게 숨이 턱까지 차오를 무렵 앉아서 쉴 수 있는 대원사에 도착했다. 가방에 넣어 온 사과와 물을 마시고 좀 쉬었다. 아직 정상의 1/3 도 안 왔다는 언니와 엄마 말에 정말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 괜히 등산 한다고 설쳤던 내 자신이 밉다.

다시 힘을 내서 출발을 했다. 그래도 왔는데 정상은 가봐야지 라는 마음하나만 가지고 등산을 시작했는데, 여기서 부터가 진짜였다. 온갖 돌길과 경사가 높은 험난한 이 길이 정말 내가 가야 할 길인가 싶었지만 그 길이 내 길이 맞았다. 머릿속에 계속 지오디 – 길 노래가 맴돌았다. 엄마는 날 데려가느라 나와 속도를 맞춰 주셨고, 언니는 이미 시야에서 살아진지 오래였다.

 

드디어 두 번째 절인 수왕사에 도착했다. 와우 소리질러야하는데 소리 지를 힘조차 아까워 가만히 있었다. 또 물과 과일을 먹고 충전했다. 수왕사부터 정상까지는 1km 남았단다.

모든 물과 먹을거리는 다 내 가방에 있어서, 언니가 정상에서 목마를까봐 적당히 쉬다가 다시 출발했다.

 

여기서는 이제 아주 계단지옥이 펼쳐진다. 진짜 다리도 후들거리는데 계단이라니..

끊임없이 계단을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 오르다 보면 모악산정상까지 0.8km 남았다고 한다.

 

멈추지마라 용사여. 엄마의 뒤를 따라서 진흙길을 지나 걷다보니 이제 0.5km 남았다.

이미 내 다리는 내 다리가 아니고, 신발은 흙 범벅이 되어가고 있었다.

모악산은 정말 오르면 오를수록 더 힘들다. 엄마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으니, 힘내라고 했다. 인생사 다 그런 거겠지.  여기서부터는 아주 내가 산을 타는 건지, 돌을 타러 온 건지 구별이 안 되더라. 내 앞에 펼쳐진 이 상황이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엄마는 이미 돌 퀘스트를 다 깨고 위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돌 퀘스트를 깼다. 저기 보이는 저게 정상이라고 했다. 이제 정상까지 0.1km 남았다.

걷고, 또 걷고, 또 걸어라. 걷는 자에게 정상이 가까워 질테니..

언니가 전화가 왔다. 정상인데 목마르니까 빨리 와서 물을 주라고 한다. 미안한데 나도 언니 물주고 싶어서 빨리 가고 싶은데, 내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아 드디어 도착 400m 전이란다. 근데 또 계단 지옥이다. 진짜 400m 가 이렇게 먼 거리인지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래도 주변을 보니 산꼭대기 온 느낌이 났다. 아직 정상은 아니다.

 

혼자 사진 찍고 감탄하다보니, 정상 150m 전이다. 이젠 엄마도 내 시야에서 사라지셨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빨리 가고 싶은데 다리가 도와주지 않는다. 정상이 어디인가 계속 위를 보고 오니까 더 힘들다. 엄마 말대로 땅만 보고 걸었다.

80m 전이다. 드디어 정상가는 길이라고 한다.

(정상 개방시간은 오전 9시~ 오후 4시라고 하니 참고해주세요.)

 

정상에 도착했다. 도착시간은 오후 12시30분이었다. 1시간 50분이 걸렸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리치고 싶은데 소리 칠 힘이 없었다. 엄마라 언니는 앉아서 쉬고 있었다. 일단 가방에서 물을 꺼내 언니에게 주고, 가져온 귤과 레드 향을 먹었다. 여기가 제주도인 느낌 귤도 레드향도 꿀맛이었다. 음식을 먹고 있으면 저기 콩알만 한 새가 와서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는다. 저 새도 먹고 살기 위해 저렇게 사는데..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괜히 다짐했다.

 

먹고 쉬다가 모악산 정상에서 경치도 보고, 정상에서 이렇게 건물 위로 올라가면 망원경이 있어서 아래 집과 건물을 구경했다. 이런게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뷰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정상 인증 샷도 찍었다. 해발 793.5m 내가 널 오르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걷고 걸었다. 그래도 정상에 오니 너무 뿌듯했다. 이래서 다들 등산한다고 하는 거 같다.

엄마랑 언니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포기한다고 할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승리 했다.

 

사진도 찍고 가방에 고이고이 모셔뒀던 초코바도 하나씩 나눠 먹으면서 모녀 삼총사는 하산했다. 하산하는 길에는 2번이나 미끄러져 옷까지 진흙이 묻었다. 정말 내려오는 마지막까지 저질체력이었다.

하산까지 마친 시간은 오후 2시 15분 이었다.

 

하산을 하니 신발 터는 곳이 있어 신발에 뭍은 흙도 털고, 배고픈 우리는 맛있는 점심을 먹으로 또 걸었다.

↓모악산에서 맛있게 먹었던 점심식사 후기

 

 

오전 10시 40분 ~ 오후 2시 15분까지 총 3시간 35분에 걸친 모악산 등반 대장정이 끝났다

내 인생에 등산을 또 언제 다시 할지는 모르겠다. 저질체력이라서 느리고,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너무 값진 시간이었다. 왜 고생을 사서 하냐고 하지만 정말 힘들었던 이 시간이 또 생각 날거 같다. 저질체력이라고 방치 하지 말고 진짜 더 늙기 전에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했다. 2020년에는 더 건강해져야겠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다리가 아픈건 안비밀..)

여러분! 2020년에는 아프지말고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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